가도벌괵(?道伐?)의 고사를 잊지 말자
작성자 : 김재석 조회수 : 319
등록일 :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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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벌괵(假道伐?)

 

가도벌괵(道伐?)길을 빌려 괵나라를 친다라는 뜻이다. 손자병법 삼십육계의 제24계 혼전계이다. 일단 동맹을 맺어 상대를 이용한 뒤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동맹을 맺었던 측도 공격한다. 상대를 각개 격파하는 전략이다. 가도벌괵은 가도멸괵(假道滅?)이라고도 한다.

 

춘추시대 우나라()와 괵나라(?)라는 두 소국은 강대국 진나라()에 인접해 있었다진 헌공은 우나라에게 보물을 보내면서 괵나라를 치려 하니 진나라 군대가 우나라를 통과하게 길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우나라의 궁지기라는 신하가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공격당할 수 있다라고 간언을 했지만 왕은 듣지 않았다. 결국 괵나라를 정벌한 진나라 군대는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도 멸망시키고 말았다.

 

임진왜란 때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조선에 명나라를 정벌할 테니 길을 내달라고 했다. 정명가도(征明假道). 가도벌괵 계책을 흉내 낸 것이다. 동래성을 포위한 왜군이 "戰則戰矣 不戰則假道(싸우려면 싸우고, 싸우지 않으려면 길을 빌려 다오)"라는 글을 나무판에 써서 성문 앞에 세웠다. 송상현 동래부사는 "戰死易假道難(싸워서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빌리기는 어렵다)"라고 쓴 나무판을 적진에 던진 후 싸움에 임하여 장렬히 순절하였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려 시대와 조선시대 역사에도 가도벌괵 관련 사료가 남아 있다. 남송은 금나라 정벌을 위해 고려에 가도를 요청했다. 당시 송은 금에게 수도인 개봉이 함락당하여 휘종과 그의 아들 흠종, 종실 및 대신 등 3,000여 명이 만주의 오국성으로 끌려갔다. 북송이 망한 이 사건이 영가의 난, 토목보의 변과 함께 중국 역사에서 3대 치욕으로 알려진 정강의 변(11261127)이다. 이때 휘종의 9번째 아들인 조고(고종)가 겨우 탈출하여 지금의 항주인 임안에 남송을 열어 금과 대치하던 상황이었다. 조선 말기에는 도쿠가와 막부를 타도한 일본 메이지 정부가 조선 정벌을 위해 러시아에 가도벌괵을 요청했다.

 

먼저 남송의 고려에 길을 빌려달라는 사연이다. “1128년에 절동로마보군도총관인 양응성이 고려와 여진()이 가까우니 고려의 길을 빌려서 휘종, 흠종 등을 되찾아오자는 제안을 하였고, 이안이 수용되어 그를 고려국 신사로 삼았다는 내용이다. 즉 남송은 고려의 길을 빌려 여진()으로 가려는 가도(假道) 계책을 세운 것이다. 이러한 양응성의 제안을 놓고 남송 내부에서는 이견이 있었다. 적여문은 송의 군대가 바다를 건너 고려를 거쳐서 여진()으로 가겠다고 요청하면, 고려는 여진()도 고려를 거쳐서 남송 지역으로 가겠다는 핑계를 댈 것이라면서 양응성의 제안에 부정적이었다. 실제로 양응성의 가도(假道) 제안을 들은 고려는 송의 요청에 보답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현실적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거부하였다. 宋史?487, 列傳 246 外國 3 高麗. 高宗 建炎 2(1128) 6“

 

일본 메이지 정부도 조선을 정벌하기 위해 러시아에 가도를 제의했었다. 조선이 아직 개항하기 3년 전인 18738월 서계 문제(외교문서 접수 문제)로 조선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하자 일본에서는 무력으로 조선을 정벌하자는 정한론이 들끓었다. 당시 일본 외무경 소에지마 다네오미는 주일 러시아 대리공사 뷰초프에게 일본이 5만 명의 군대를 연해주를 통해 조선에 파병하려 하니 극동 지역 러시아령 해안에 일본군의 상륙을 허가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대신 일본은 남사할린을 러시아에 넘겨주는 조건이었다. 이 가도 제안이 러시아에 거절되자 일본은 운요호를 통한 도발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문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을 놓고 세계 도처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일본은 적국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보유하겠다고 16일 선언했다. 일본이 지금까지 최소한의 자위력을 행사한다는 원칙을 깨고 70여 년 만에 방위 정책을 크게 바꾼 것이다. 이런 정세 변화 하에서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언제 우리에게 가도벌괵(道伐?)을 들이댈지 모른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 사람은 그것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Those who fail to learn from history are doomed to repeat it)“라는 말이 있다 . 우리가 한번 명심해야 할 말이다. 가도벌괵(假道伐?)이란 고사와 함께(2022.12.20)